Page 48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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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인천보감


            서 세속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항상 문 닫고 좌선만 하니,
            수행이 고결한 사람이 아니면 스님과 벗할 수 없었다.명공귀인들

            이 여러 차례 몇몇 절에 주지로 모시려 했으나 굳이 거절하였다.
               당시 참이(參已)라는 행자가 있었는데,승려가 되고자 하여 스
            님을 시봉하고 있었다.그러나 스님은 그가 승려 될 그릇이 못 됨

            을 알고 ‘석란문(釋難文)’이라는 글을 지어 물리쳤다.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들을 아는 데는 아비만한 사람이 없고,아비를 아는 데는
                아들만한 사람이 없다.내가 보건대 참이(參已)는 승려 될 그
                릇이 아니다.출가해서 승려가 된다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
                는가.편안함과 배부르고 따뜻함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달팽
                이 뿔*같은 하잘것없는 명리를 구하는 것도 아니다.생사를
                      2)
                해결하는 길이고 중생을 위하는 길이며,번뇌를 끊고 3계 바
                다를 벗어나 부처님의 혜명(慧命)을 잇기 위한 것이다.성인의
                시대에서 멀리 떨어져 불법이 크게 허물어졌는데,네가 감히
                함부로 이런 일을 하겠다는 것이냐?


                   보량경(寶梁經)에 말하기를 “비구가 비구법을 닦지 않으면
                대천세계에 침 뱉을 곳이 없다”하였고, 통혜록(通慧錄) 에도
                “승려가 되어 10과(十科)*에 들지 못하면 부처님을 섬겨도 백
                                       3)
                년 헛수고하는 것이다”라고 하였으니,그래서 어렵다 하는 것


            *달팽이 뿔:장자(莊子)에 나오는 우화.달팽이 뿔 위에서 만씨국(蠻氏國)과
              촉씨국(觸氏國)이 다투어 수만의 희생자가 생겼다는 이야기로서,보잘것없는
              명나라 소유욕을 두고 다툼을 비유한 말이다.
            * 십과:번역(飜譯)․해의(解義)․명률(明律)․감통(感通)․유신(遺身)․독송(讀誦)
              ․호법(護法)․흥복(興福)․잡과(雜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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