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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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않았는데,죽고 나니 사리가 부지기수로 나왔다.아!알기가 어려
            운 것이 아니라,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20.왕자로 태어나서 사문이 되다/용호 문(龍湖聞)선사



               용호사(龍湖寺)문선사(聞禪師)는 당나라 희종(僖宗:872~887)
            황제의 태자였다.얼굴과 풍채가 그려 놓은 듯 맑고 반듯하여 희

            종이 몹시 사랑하였으나 그는 세상을 다스릴 마음이 없었다.왕은
            백방으로 손써서 회유하였으나 끝내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그는

            오직 상화산(霜華山:石霜禪師)의 도풍을 흠모하여 꿈속에서 보곤
            하였다.
               중화(中和)원년(881)천하가 어지러워지자 드디어 머리를 깎고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녔으나 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
            었다.석상 경저(石霜慶諸:807~888)선사를 찾아가니 선사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는 이렇게 감탄하였다.

               “그대는 원력 덕에 왕가에 태어났으나 이제 그 몸을 벗고 나를
            따르려 하니 참으로 불 속의 부용꽃이로다.”
               밤이 되자 문선사는 방장실에 들어가 간청하였다.

               “조사께서 따로 전하신 일을 가르쳐 주시렵니까?”
               “ 조사를 비방하지 마라.”

               “ 천하에 이 종지가 널리 퍼졌는데 그것이 빈말이었겠습니까?”
               “ 안산(按山)이 고개를 끄덕이면 그때 가서 그대에게 말해 주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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