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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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인천보감
문선사는 그날로 작별하고 떠났다.소무성(邵武城)바깥에 이르
러 그곳 산이 깊고 울창한 것을 보고는 풀을 헤치고 들어갔는데,
거기서 은거하는 고행승을 만났다.그는 흔쾌히 자기 토굴을 내어
주면서 “스님께서 이곳을 일으킬 것입니다”하고는 깊숙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떠났는데 간 곳을 알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문선사는 그곳에서 십여 년을 머무르게 되었는데,하
루는 한 노인이 찾아와서 말하였다.
“나는 사람이 아니고 용입니다.비를 내리는 일을 잘못하여 하
늘의 벌을 받았는데 도력을 빌어야 이곳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더니 작은 뱀으로 둔갑하여 소매 속으로 기어들어가 버렸
다.밤이 되자 바람과 천둥이 선상을 뒤흔들며 산악이 진동하였으
나 문선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꼿꼿이 앉아 있었다.날이 새고
하늘이 개니 뱀은 땅에 내려와 어디론가 가버리고,얼마 있으니
노인이 나타나서 사례하였다.
“대사의 힘이 아니었으면 피비린내로 이 산을 더럽힐 뻔하였습
니다.무엇으로 보답할 길이 없으니 바위 밑에 구멍을 파서 샘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뒷날 대중이 모이면 물이 많이 모자라게 될
것이니 그래서 스님을 이곳으로 모셨습니다.”
그 샘은 지금 호수가 되었고 이 인연으로 용호사(龍湖寺)라 이
름하였다. 사기비(寺記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