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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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이 되어야 하는데도 오품위(五品位)*까지밖에 증득하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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셨는데,하물며 범부야……”하고는 그곳을 떠나서 종남산(終南
山)용정(龍井)에서 노년을 보냈다.갈대와 대나무로 지붕을 덮고,
문 닫고 좌선하여 종일 아무 소리가 없었다.이는 나뭇잎이 떨어
지고 뿌리가 자라는 겨울의 마른나무와 같은 경지이며,바람이 자
고 파도가 가라앉은 옛 우물과도 같은 경지였다.그리하여 사람들
은 스님을 ‘눌(訥:말더듬이)’이라고 불렀다.
스님은 계율을 엄격히 지켰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설법을 하
였는데 한번은 이렇게 말하였다.
“귀신의 힘으로는 두렵게 할 수 없다.낮에는 말을 해도 여기
까지 오지 않는 수가 있고 밤에 사람들이 조용해야 들릴 정도이
기 때문이다.”
한번은 손가락을 태워 부처님께 공양을 했다.그래서 오른손가
락 2개와 왼손가락 3개로 겨우겨우 물건을 잡았는데 그 문도들
중에 따라하려는 자가 있으면 번번이 못 하게 하면서,소동파(蘇
東坡)라야 나처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하루는 누군가가 와서 북산(北山)에 스님과 같은 방법으로 수
행하는 사람이 몇 있다고 하니 스님은 밀행(密行)하는 승려들의
경계는 내가 추측할 수 없다고 하였다. 용정잡비(龍井雜碑)
*철륜왕(鐵輪王):전륜성왕의 4위계인 금륜왕(金輪王),은륜왕(銀輪王),동륜왕
(銅輪王),철륜왕(鐵輪王)중의 마지막.
*오품위(五品位):천태종에게 원교(圓敎)의 수행 계위 중 십신(十信)의 전 단
계.오품제자위(五品弟子位)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