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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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좋은 인연들/시랑 장구성(張九成)



               시랑(侍郞)장구성(張九成:子韶)거사는 젊어서 진사 공부를 하
            는 여가에 틈틈이 불경 공부에도 매우 마음을 쏟았다.영은사(靈
            隱寺)의 오명(悟明)선사를 뵙고 종지를 물어보니 오명선사는 이렇

            게 말하였다.
               “지금 한창 열심히 공부해서 이름을 날려야 할 때인데 어찌 생

            사 문제를 참구할 수 있겠는가?”
               공이 말하였다.
               “옛 어른[先儒]이 말씀하시기를,아침에 도(道)를 깨달으면 저녁

            에 죽어도 좋다 하였습니다.그러나 세간과 출세간의 법이 처음부
            터 다른 것이 아니어서,옛날 훌륭한 신하 중에도 선문(禪門)으로

            도를 얻은 사람이 부지기수이니 유교와 불교가 무엇이 다르겠습
            니까?불교의 우두머리이신 스님께서 어찌 말로 저를 막으려 하십
            니까?”
               오명선사는 그 정성이 갸륵해서 그를 받아주며 말하였다.

               “이 일은 생각생각에 놓아서는 안 되니,오래오래 인연이 무르
            익어 때가 되면 저절로 깨치게 된다.”

               그리고는 화두를 주면서 말하였다.“조주(趙州)스님에게 한 스
            님이 묻기를,‘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하자,조
            주스님은 ‘뜰 앞의 잣나무니라’하였다.이 화두를 들어보아라”하

            였다.
               그러나 공은 오래도록 깨닫지 못하였다.그리하여 호문정공(胡

            文定公:胡安國)을 뵙고 마음 쓰는 법에 대해 자세히 물으니 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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