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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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인천보감
안 먹겠다면 마음대로 하여라.
山田脫粟飯 野菜淡黃齏
喫則從君喫 不喫任東西 어록(語錄)
24.부뚜막 앞에서 선정에 들다/지자 의(智者顗)선사
지자 의(智者顗)선사가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예전에 큰스님 한 분이 주지살이를 하면서 공양주에게 늘 죽
을 쑤게 하였다.하루는 그 공양주가 생각생각에 다 타들어 가는
장작불을 보면서 덧없이 흘러가는 세상이 이보다 더 빠름을 깨달
았다.그리하여 부뚜막 앞에서 고요히 선정(禪定)에 들었다.며칠
만에 일어나 그 절 상좌에게 가서 깨친 경계를 자세히 이야기하
였는데,법을 말하는 것이 자못 깊었다.그러자 상좌는
‘그대가 이제까지 말한 것은 나도 아는 경계지만 지금 말한 것
은 내 모르니 더는 말하지 말라’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숙명통(宿命通)을 얻었는가?’
‘ 조금은 압니다.’
‘ 무슨 죄로 천한 몸을 받고 무슨 복으로 깨달음을 이루었는가?’
‘ 저는 전생에 이 산의 주지였는데,손님이 오는 바람에 모자라
는 대중의 나물 반찬을 축낸 일이 있었습니다.그 일로 견책을 당
해 지금 대중의 부림을 받게 되었으나 전생에 닦던 바를 잊지 않
았기에 쉽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국청백록(國淸百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