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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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그러던 중 묘희스님이 서울로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보고자
하였으나 보지 못하였더니,스님이 만나겠다고 알려와 마침내 만
날 수 있었다.그러나 날씨에 관한 이야기말고는 별다른 말이 없
었는데 스님은 돌아와 문도들에게 말하였다.
“장시랑은 깨달은 바가 있더라.”
“ 서로 만나 선(禪)의 선 자도 뻥긋하지 않았다는데 어떻게 깨달
았는지를 아십니까?”
“ 내 눈은 무엇 때문에 있는 것이냐?”
공이 조상의 사당에 제사를 받들기 위해 휴가를 청해 경산(徑
山)을 지나던 길에 스님을 뵙고, 대학(大學) 에 나오는 격물의 뜻
[格物致知]을 물었더니 스님이 말하였다.
“공은 격물(格物)만 알았지 물격(物格)은 모르는군요.”
공은 망연히 있다가 한참 뒤에 말하기를,
“거기에도 어떤 방편이 있겠지요”라고 하였다.스님이 다시 말
하였다.
“이런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당나라 사람이 안록산(安祿山)
과 짜고 반란을 일으켰는데,그 사람은 난(亂)에 앞서 낭주(閬州)
태수였던 이라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당 현종(玄宗)이 촉 땅에 행
차했을 때 그 그림을 보고 노하여 신하에게 그의 목을 칼로 치라
하였다,그 사람은 그때 섬서성(陝西城)에 있었는데 갑자기 목이
땅에 떨어졌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공이 이 말을 듣자 홀연히 꿈에서 깨어난 듯하여 벽에 글을 지
어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