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P. 64

64 인천보감


            국은,논어 맹자에서 인의(仁義)에 대해 말한 부분과 한곳으로 유
            추해 보면 그 속에 요점이 있다고 대답하였다.

               공은 그 말을 간직하여 잠시도 잊지 않았다.하루 저녁은 변소
            에 가서 ‘측은히 여기는 마음은 인(仁)이 비롯되는 곳이다[惻隱之
            心仁之端]’라는 구절을 깊이 생각하였다.묵묵히 생각에 잠겼는데,

            그때 홀연히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자기도 모르게 뜰 앞 잣나
            무 화두가 들리며[擧]갑자기 느낀 바 있어 게송을 지었다.



                  봄 하늘 달밤에 한마디 개구리 소리가
                  허공을 때려 깨서 한 집을 만들도다
                  바로 이런 때를 뉘라서 알겠는가
                  산꼭대기 곤한 다리에 현묘한 도리 있도다.*
                                                         10)
                  春天夜月一聲蛙 撞破虛空共一家

                  正恁麽時誰會得 嶺頭脚痛有玄妙


               공은 우연히 묘희(妙喜大慧:1089~1163)스님이 불상에 붙인

            다음과 같은 글을 보게 되었다.


                  까맣게 옻칠한 커다란 죽비(竹篦)에

                  부처가 온다면 한 방 치리라.


               이 게송을 보고 나서 묘희스님을 만나려고 무척 애를 썼다.그

            러다 조정으로 돌아와 예부시랑(禮部侍郞)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


            *원문의 사(沙)는 묘(妙)인 듯하다.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