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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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경산스님과 절친하게 왕래하는 것은 다 유래가 있는
                일입니다.
                  옛일들을 살펴보니,배휴(裴休)도 황벽(黃檗希運)스님께 가르
                침을 받았고 한퇴지(韓退之)도 태전(太顚)스님께 가르침을 받았

                습니다.또한 이습지(李習之:翶)는 약산(藥山惟儼)스님께,백낙
                천(白樂天)은 조과(鳥果道林)스님께,양대년(楊大年:億)은 광혜
                (廣慧常總)스님께,이화문(李和文)은 조자(照慈:蘊聰)스님께,소
                동파(蘇東坡)는 조각(照覺:東林常總)스님께,황산곡(黃山谷:庭
                堅)은 회당(晦堂祖心)스님께,장무진(張無盡:商英)은 도솔(兜率

                從悅)스님께 가르침을 받았으니,이 분들을 어찌 나무아미타불
                을 외우면서 변소 청소나 하는 노파들과 같다 하겠습니까.
                  경산스님은 그 마음 바탕[心地]이 생과 사를 하나로 보고
                사물의 이치를 지극히 궁구하였습니다.나아가 도를 논하기를

                좋아했는데,선비들도 당하지 못할 적이 있었습니다.하늘에서
                해가 내려다보고 있는데,내가 어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이
                름난 명사와 사귀기를 좋아하고 그 사람들과의 친분으로 세상
                에서 행세하려 드는 것은 도둑들이나 하는 짓인데,어찌 이
                분들이 그런 짓을 했겠습니까.
                  지난번 사형께서 나를 일깨워 주신 편지를 받고 마음속에

                깊이 받아들였습니다.평소 문하에서 같이 수학하지 않았더라
                면,마음을 쏟아 주위 사람들에게 모두 알렸겠습니까.덕 높으
                신 사형께서는 살펴주소서.



                                                            章
               공이 유배에서 풀려나 북쪽으로 돌아올 때 장주(頁州 )에 도착
            하니 묘희스님도 매양(梅陽:묘희스님이 유배 갔던 곳)에서 그곳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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