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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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도반될 자격/지화(知和)암주



               지화 암주(知和庵主)는 고소(姑蘇)사람인데 성품이 고결하여
            세상에 물들지 않았다.한번은 호상(湖湘)지방을 행각하다가 밤이
            되어 객실에서 자게 되었는데 보교(普交:1048~1124)스님도 그

            자리에 같이 있었다.지화스님은 보교스님이 침착하고 온후한 데
            다가 말없이 밤새도록 꼿꼿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 기특

            하게 여겨서 물었다.
               “스님은 만리 낯선 길을 혼자 다니시오?”
               “ 예전에는 도반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절교했습니다.”

               “ 어째서 절교했소?”
               “ 한 사람은 길에서 주운 돈을 대중에게 주었습니다.그래서 나

            는 이렇게 말했습니다.‘도를 배우는 사람은 돈을 똥이나 흙처럼
            보아야 하는데 그대가 비록 주워서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 하더라
            도 이는 아직 이익을 떨치지 못한 것이다.’그리고는 헤어졌습니
            다.두 번째 도반은 가난하고 병든 어머니를 버리고 도를 닦는다

            기에 내가 말했습니다.‘도를 닦아 비록 불조의 경계를 넘어선다
            하더라도 불효하는 이를 어디에 쓰겠는가.’불효하거나 이익을 따

            지는 이들은 모두 내 도반이 아닙니다.”
               지화스님은 그의 현명함을 존경하여 드디어 같이 행각하게 되
            었다.두 사람은 서로가 옛날 은산(隱山)화상을 본받아 우뚝한 산

            꼭대기에 띠풀 암자를 짓고 구름과 하늘을 내려다보면서 세상 바
            깥 사람이 될 것이며,세속에 떨어지지 말자고 약속하였다.그러

            나 마침내 보교스님은 맹세를 어기고 천동사(天童寺)의 주지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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