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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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보교스님이 지화스님을 찾아갔으나 돌아보지도 않았다.정
언(正言)진숙이(陳叔異)가 그의 서실을 암자로 만들어 주어 그곳
에서 이십 년을 혼자 살았는데,너절한 물건이라고는 아무것도 없
고 호랑이 두 마리만이 시봉할 뿐이었다.스님께서 한번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대나무 홈통에는 두서너 되의 찬물이 흐르고
창문 틈새로는 몇 조각 구름이 한가롭다
도인의 살림살이 이만하면 될 뿐인 걸
인간에 머물러 보고 듣고 할 것인가.
竹筧二三升野水 牕間七五片閑雲
道人活計只如此 留與人間作見聞 설창기(雪牕記)
29.조산(曹山)의 가풍/조산 탐장(曹山耽章)선사
조산 탐장(曹山耽章:840~901)선사는 천주(泉州)사람인데,동
산 양개(洞山良价)선사에게서 비밀스런 종지를 받았다.청을 받고
무주(撫州)조산(曹山)에 처음 머무르게 되었는데,도가 널리 퍼져
납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한 스님이 물었다.
“이 나라에서 칼 만지는 이가 누구입니까?”
“ 나 조산이다.”
“ 누구를 죽이시렵니까?”
“ 닥치는 대로 다 죽인다.”
“ 홀연히 낳아 주신 부모를 만나면 어찌하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