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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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가리겠는가?”
               “ 자기 자신은 어찌하시겠습니까?”

               “ 누가 나를 어떻게 하겠는가?”
               “ 어째서 죽이지 않습니까?”
               “ 손 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또 지의 도자(紙衣道者)라는 사람이 동산(洞山)에서 찾아왔는데
            스님이 물었다.
               “지의(紙衣)안에 있는 일은 어떤 것인가?”

               “ 한 조각 가죽을 겨우 몸에 걸쳤으나 만사가 다 그럴 뿐이오.”
               “ 그 지의 속에서는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가?”
               지의 도자는 가까이 다가서더니 옷을 벗어 던지고 차수(叉手)

            한 채 떠났다.그러자 스님은 웃으면서 “그대는 이렇게 갈 줄만
            알았지 이렇게 올 줄은 모르는구나”하였다.그러자 그가 갑자기

            눈을 뜨고 말하였다.
               “신령스러운 진성(眞性)이 여자의 뱃속을 빌리지 않고 태어난
            다면 어떻소?”

               “ 아직 묘하다고는 할 수 없다.”
               “ 어떤 것이 묘한 것이오?”

               “ 빌리지 않으면서 빌리는 것이요[不借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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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차차(不借借):굉지 정각(宏智正覺)이 동산(洞山)오위설(五位說)을 설명하
              기 위해 만든 사차차(四借借)중 세 번째,네 번째 ‘차(借)’는 공(功:修,事)
              과 위(位:證,理)를 빌려 법상(法相)을 설명한다는 뜻.
              1.차공명위(借功明位)2.차위명공(借位明功)3.차차부차차(借借不借借)4.
              전초부차차(全超不借借).
              부차차(不借借)는 양쪽을 모두 잊은 제일의제(第一義諦)를 뜻하며 동산오위(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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