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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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인천보감
에 있을 때 그들이 사계(師戒)스님 만난 꿈 이야기를 똑같이 했으
니 아우가 사계스님의 후신(後身)임에 틀림없다.”
소동파는 진정스님에게 편지를 보내,“전생에 이미 법을 만난
듯하니 바라옵건대 더욱 채찍질하여 자신의 옛 모습을 볼 수 있
게 해주십시오”하였다.
그가 금산사(金山寺)에 갔을 때 마침 방에 들어가는 불인(佛印
了元:1032~1098)스님과 마주쳤는데 불인스님이 말하였다.
“여기에는 단명전학사(端明殿學士:소동파의 직명)께서 앉을 자
리가 없소.”
“ 스님 몸[四大]을 빌려서 선상(禪床)을 만들지요.”
“ 내가 한마디 물을 테니 대답을 하면 내 몸을 선상으로 쓰되,
대답을 못 하면 옥대(玉帶)를 끌러 놓고 가시오.”
소동파가 옥대를 책상에 풀어놓으면서 물어보라 하니 스님께서
물었다.
“내 몸[四大]은 본시 공(空)하고 5음(五陰)도 있는 것이 아닌데
그대는 어디에 앉겠다는 것이오?”
소동파가 대답을 못 하자 스님은 시자를 불러 옥대를 산문의
가보로 길이 간직하게 하고 대신 중 바지 하나를 내 주었다.이에
소동파는 절구(絶句)두 수를 읊었다.
병든 몸은 허리의 옥대를 감당키 어려웠고
둔한 근기는 날랜 기봉에 나가떨어졌다네
마침 가비원(歌婢院)에 걸식할 판에*
12)
*당나라 상국 배휴(裴休)가 중 바지를 입고 아가씨 방을 찾아가 걸식한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