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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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인천보감
다.
“이 사문은 단정하고 아름답게 생겼으니 신에게 제사 지내면
길하지 않겠느냐.”
그러고는 단 위에 올려놓고 칼을 휘두르려는데 스님이 말했다.
“내 이미 죽음을 면치 못할 것임을 안다.마음을 편안히 하고
죽음을 맞도록 조금만 기다려 다오.”
마침내 미륵보살을 염하였다.
“원컨대 그곳에 나서 묘한 법문을 듣고 신통 지혜를 성취하여
이 땅에 도로 하생하여 먼저 이 도적들부터 제도하고 그들에게
훌륭한 수행을 닦도록 하여 주십시오……”하는데,그 발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천둥 번개가 치고 회오리바람에 나무가 부러지니
도적들이 깜짝 놀라 사죄하고 흩어졌다. 본전(本傳)
34.고승의 진영/배휴(裴休)
상국(相國)배휴(裴休)는 하동(河東)사람인데,신안(新安)태수
(太守)로 있을 때 희운(黃檗希運)스님을 만났다.희운스님은 처음
에 황벽산에서 대중을 버리고 대안정사(大安精舍)로 들어가 노역
하는 무리들과 섞여 숨어살았다.
공이 절에 도착하여 벽화를 보다가 소임자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슨 그림입니까?”
“ 고승의 진영(眞影)입니다.”
“ 진영은 볼 만한데 고승은 어디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