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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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만났다.자양진인이 말하기를,“그대가 얻은 바가 훌륭하기는
하나 만일 성품도리를 밝히지 못하면 헛수고일 뿐 아무 소용 없
는 일이다”하니,오설초가 말하였다.“나는 2기(二氣:음양)를 황
도(黃道:태양이나 인체음양의 운행법칙)에서 추적할 수 있고 3성(三
性,心中의 三精)을 원궁(元宮,단전)에 모을 수 있어서 어떤 경계를
대하여도 여여하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데 더 이상 무슨 성품도
리를 운운하는가.”그러자 자양진인이 원각경(圓覺經)을 보여주면
서 “이것이 불교의 심종(心宗)인데 깊이 음미해 본다면 뒷날 나아
갈 길을 알게 될 것이고 내 말이 빈말이 아님을 믿게 될 것이다”
라고 하였다.
오설초는 마침내 그 말을 믿고 받았는데,하루는 “적정(寂靜)하
기 때문에 시방 여래의 마음이 거울 속에 상이 비치듯이 그 가운
데 뚜렷이 드러난다”한 대목을 읽다가 문득 감탄하면서 “이제까
지는 내가 문을 닫고 살아 왔는데 오늘에사 팔을 휘저으며 거리
를 활보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때부터 선 법회를 두루 돌아다니며 의심을 묻고 결택하곤 하
였는데 나중에 동선 법종(東禪法悰)선사를 뵙고 물었다.
“불성이 엄연히 드러나 있건만 상(相)에 집착하여 미혹한 생각
[情]을 내기 때문에 보기 어려우니 만약 본래 ‘나’가 없음을 깨달
으면 내 얼굴은 부처님의 얼굴과 어찌됩니까?학인들이 깨달았다
고 하면 깨달은 것이겠지만 어찌해서 부처님 얼굴을 보지 못합니
까?”
그 말을 듣자 동선선사는 주장자를 뽑아들고 오설초를 두들겨
내쫓아 버렸다.오설초가 막 문을 열고 나서는데 활짝 깨닫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