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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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을 짓고 동산(洞山)스님 회중에서 3년 나무를 했다.그 중에서
            나를 중하게 대하는 곳이 있으면 얼른 떠나 버렸으니,그때는 오

            직 나 자신이 깨달을 생각뿐 남의 일은 상관하지 않았다.
               불보살 같은 분들도 모두 오랜 세월을 각고해서야 비로소 성취
            하였는데,오늘날의 여러분들은 얼마만큼 각고했길래 ‘나는 출세

            간법을 깨달았노라’고 하는가.세간법도 아직 깨닫지 못한 처지에
            조그마한 경계라도 경험하면 눈썹을 치켜세우고 눈을 부릅뜨며
            어쩔 줄을 모르니,무슨 해탈법을 설하겠는가?길다란 선상에 앉

            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신도들의 시주물을 받으면서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내가 수행한 영험이 이와 같다’하니,이는 자
            기를 속일 뿐 아니라 모든 부처님까지도 속이는 것이다.

               이미 가사[三衣]를 입었으니 선지식을 가까이해서 생사대사를
            해결해야지,또다시 6도윤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자재한 경지

            를 얻은 사람이라면 무슨 화탕지옥,노탕지옥에 들어가느니 혹은
            말 뱃속,당나귀 뱃속에 들어가느니를 논할 것이 있겠느냐.이런
            경지에는 맛난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맛이 있겠지만 아직 이러

            한 경지를 얻지 못했다면 정말로 이런 과보를 받는다.한번 사람
            몸을 잃어버리면 다시 오늘같이 인간에 태어나고자 해도 만에 하

            나도 어려운 일이다.듣지 못했는가?옛 스님이 어느 스님에게 묻
            기를,‘무슨 일이 가장 괴로운 일이냐?’라고 하니 ‘지옥업보를 받
            는 일이 가장 고통스런 일입니다’하였다.그 스님은 말씀하시기

            를 ‘그것은 아직 고통이라 할 수 없다.출가하여 도를 밝히지 못
            하는 것이 가장 고통스런 일이다’라고 하셨다.옛 스님의 이런 말
            씀은 참으로 간절한 말씀이니 명심하고 때때로 경책해서 후회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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