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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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으면 불자다운 행동을 해야 하며,나는 복이 있고 인연이 있으
니 마음놓고 업을 지어도 된다고 해서는 안 된다.그것은 부모와
스승에까지 누를 끼쳐 함께 지옥에 들어가는 일이다.
요즘 세상에 선지식이라 하는 어떤 이들은 자기 안목이 바르지
못해서 입만 열었다 하면 사람의 목숨을 끊으려 하고 부딪치기만
하면 독사 같은 마음을 품는다.이익이나 명예를 보면 피를 본 파
리처럼 결코 포기할 줄 모른다.이런 사람들은 또 나는 선을 알고
도를 깨쳤다고 하며 봉(棒)도 하고 할(喝)도 하니 참으로 괴로운
일이다.그대들은 행각할 때에 반드시 이 점에 주의해야 한다.”
말을 마치고는 입적하였다. 주봉록(舟峯錄)
41.화엄경을 읽다가/광효 지안(光孝志安)선사
광효사(光孝寺)지안(志安)*선사는 영가(永嘉)사람으로 성은 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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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翁氏)였다.어려서부터 성격이 진중하여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
지 않으니 그의 아버지가 보통 사람과 다르다 하여 출가시켰다.
천태산 운봉(雲峰)에 초막을 짓고 살았는데 장좌불와(長坐不臥)하
고 하루 한 끼 먹으며 좋은 옷을 입지 않고 누더기 하나로 여름과
겨울을 났다.한번은 천태 덕소(天台德韶)국사를 찾아가니 국사가
물었다.
“3계에는 아무 법도 없는데 어디서 마음을 찾을 것이며,4대(四
大)는 본래 공한데 부처는 무엇에 의지해 머무르겠는가.그렇다면
*만자(卍字)속장경에는 지령(志寧)으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