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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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 적이 없었다.
선사가 죽어서 화장을 했는데 혀는 타지 않고 붉은 연꽃 잎같
이 부드러웠다. 전등통행(傳燈通行)
42.정종기(正宗記)/명교 설숭(明敎契嵩)선사
명교 설숭(明敎契嵩:1007~1072,운문종)선사는 등주(藤州)사람
이다.출가한 뒤 늘 관음상(觀音像)을 머리에 이고 하루에 십만 번
씩 명호를 불렀는데 그러는 동안 세간의 경서는 배우지 않고도
능통하게 되었다.동산 효총(洞山曉聰)선사에게서 법을 얻고 경력
(慶曆:1041~1048)년간에 전당(錢塘)요호산(樂湖山)에 가서 머물
렀다.거처하는 한 칸 방은 이렇다 할 물건 하나 없이 깔끔하였고
종일토록 맑게 좌선하였으므로 청정하고 바르게 수행하지 않는
사람은 오지 못하였다.스님의 도는 매우 깊어서 근기 낮은 학인
들은 그 경계를 알 수 없었고,한편 선사도 그들의 근기에 맞춰
주느라 자기의 도풍을 낮추는 일은 조금도 없었는데,한번은 이렇
게 탄식하였다.
“어떻게 둥근 정에 모난 자루를 맞출 수 있겠는가.성현의 행
을 듣건대,뜻을 세웠으면 그 도를 실천하고 그렇게 되지 않을 경
우에는 말하는 것으로 그쳤다.말과 행동이 이로 말미암아 만세의
본보기가 되었던 것이다.그리하여 천하의 학인들이 법도를 알고
밝은 도를 닦아서 삿된 것을 멀리하고 정도(正道)에 노닐게 하셨
으니 굳이 눈앞에서 법을 전수해 주고 내게서 나왔노라고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