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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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있겠는가.”
그리고는 문을 닫고 책을 썼다.책[전법정종(傳法正宗)]이 다 되
자 서울로 가지고 가서 한림학사(翰林學士)왕소(王素)를 통해 인
종(仁宗)황제에게 올리고,편지를 써서 먼저 바쳤더니 황제가 편지
를 읽다가 “신(臣)은 도를 위해서이지 명예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라는 구절에 이르러 선사의 지극한 마음에 탄복하고 좋아하게 되
었다.그리하여 명교대사(明敎大師)라는 호를 내려 표창하고 그 책
을 대장경에 넣게 하였다.책이 중서성(中書省)에 보내지자 당시
위국공(魏國公)한기(韓琦)가 보고 이를 문충공(文忠公)구양수에게
보여주었다.
구양수는 당시 한창 문장가로 자처하고 천하의 사표로 추앙받
고 있었으며 또한 종묘를 수호한다 하여 불도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글을 보고 위국공에게 말하기를 “스님네들 중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뜻밖이다.날이 밝으면 한번 만나 보자”하
였다.위국공이 구양수와 함께 선사를 찾아가 만났는데 구양수는
선사와 종일토록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리고는 마침내 매우 기뻐
하니 한승상(韓丞相)이하 모든 고관들이 선사를 초대하여 만나
보고는 존경하여 이로부터 온 나라에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드디
어 배를 사서 동쪽으로 내려가니 대각 회련(大覺懷璉)선사가 ‘백운
부(白雲賦)’라는 시를 지어 가는 길에 주었다.
흰구름 인간세상에 내려와도
떠다니는 티끌색에 물들지 않고
태양은 아득히 불타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