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선림고경총서 - 23 - 인천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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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천에 하나 둘뿐입니다.”
그 후 서명사(西明寺)에 있을 때 깊은 밤에 도를 닦다가 법당
앞 계단을 헛디뎠는데 어떤 성인이 발을 부축하였다.누구냐고 물
으니 북천왕의 아들인데 칙명을 받고 모시게 되었다고 하니 율사
가 말하였다.
“저의 수행에 태자를 번거롭게 할 것 없습니다.태자는 위력이
자재하시니 천축국에 지을 만한 불사가 있거든 그것이나 힘써 주
시오.”
“ 제게 길이 세 치,넓이 한 치 되는 부처님의 치아가 있는데
오랫동안 보물로 간직해 왔습니다.이제 이것을 스님께 은밀히 드
릴 터이니 잘 간직하소서.”
율사는 받아서 낮에는 땅굴 속에 두었다가 밤에는 받들고 도를
닦았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다만 제자 강율사(綱律師)가
가만히 율사의 뒤를 따랐다가 보고는 세상에 알리려 하자 율사가
말하기를 “신근이 천박한 이는 나를 요망하다 할 것이니 너와 나
단둘이만 알도록 하자”하였다.
율사는 천신과 자주 왕래하였는데 신령스런 자취나 성스러운
일에 대해 듣기를 즐겼다.그리고 묻고 답하는 대로 기록하여 그
것으로 감통전기(感通傳記) 라는 책을 만들었다.
건봉 2년(乾封:667)봄 2월에 천신이 나타나 이제 율사의 과
보가 다하려 하니 아마 미륵궁에 날 것이라고 알렸다.그리고는
향 한 봉지를 남겨 두면서,제석천왕이 사르는 천상극림향(天上棘
林香)이라고 하였다.그 해 시월 초사흘,공중에서 하늘 음악이 울
리며 꽃과 향기가 가득히 내려와 율사를 청해 맞이하니 서거하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