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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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호(回互)할 일 다시없어
손뼉치며 웃음 짓고 돌아가는데
흰구름 흩어지니 푸른 산이 드러나네.
來不入門 去不出戶
打破虛空 更無回互
拍手呵呵歸去來 白雲散盡靑山露
그리고는 반듯이 가부좌를 하고 말없이 세상을 떠나니,일 맡
은 사람이 장사지낼 채비를 못 했다고 급히 그의 이름을 부르며
몸을 흔들었다.우상좌는 다시 눈을 뜨고 손을 저으며 “여러분에
게 누를 끼치지 않겠으니 모두 잘들 있으시오”하고 인사하였다.
이때 군수 소공(蘇公)도 찾아와서 경의를 표하고 시신을 어루
만지며,일을 다 마친 납승이시라고 하였다.
36.하루종일 고목처럼 앉아 정진하다/조원(祖元)선사
안산(鴈山)능인사(能仁寺)의 원(祖元:임제종 양기파)선사는 해
상사(海上寺)양서암(洋嶼庵)으로 묘희선사를 찾아갔다.거기서 깡
마른 풍채로 하루종일 반듯이 앉아 정진하니 묘희선사는 그를 ‘원
고목(元枯木)’이라 불렀다.어느 날 “삼세제불은 있음[有]을 알지
못한다”는 화두를 가지고 서너 차례 따져 보다가 훤하게 그 뜻을
깨달으니 묘희선사는 게송을 지어 그를 칭찬하였다.
만길 낭떠러지에서 홀연히 몸을 던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