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P. 102
102
손 뒤집어 무심코 더듬어 보니
큰 고래 달을 삼키고 물결은 하늘에 솟구치네.
雁山枯木實頭禪 不在尖新語句邊
背手忽然摸得著 長鯨呑月浪滔天
원선사는 양서암에서 배출된 열세 사람의 선사 가운데 한 사람
으로 그 당시엔 그 중에서 가장 어리석고 둔한 사람이라 일컬어
졌다.그러나 그가 자취를 감추자 토지신도 그를 따랐고 인연 따
라 법을 펼 때는 문도들도 더욱 그를 사모하였으니,이는 수승한
반야에서 나온 것이지 어찌 다른 것이겠는가.
37.노둔한 말은 다시 채찍질해도 모르는 법/불안(佛眼)선사
불안(佛眼)선사는 원우(元祐:1088)3년 서주(舒州)태평사(太平
寺)로 가기 위하여 발우를 들고 비천(淝川)에서 돌아오니 그때 나
이 21세였다.그러나 법연(法演)선사가 머지않아 해회사(海會寺)로
옮겨가려 하니 불안선사는 실망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
“이제야 내 일이 되어 가는데 스님을 따라가 황폐한 절에서 시
봉하다 보면 어떻게 내 일을 마칠 수 있겠습니까?”
드디어는 게송을 지어 이별을 고하였다.
서쪽으로 민아산을 떠나 오천 리 길에
다행히 물병과 지팡이 짚고서 높은 선사 찾아뵈었네
못난 재목에 자주 도끼질을 한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