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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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101


                 깨어 보니 여전히 정신이 말짱하구나
                 허기지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는 일뿐인데
                 옛사람이니 아니니를 따져 무엇 하리오.
                 萬仞懸崖忽放身 起來依舊却惺惺
                 飢餐渴飮無餘事 那論昔人非昔人



               원선사는 그 후에 연강현(連江縣)복엄암(福嚴庵)에 살았는데
            대중이 너무 많아 공양을 마련하기에도 정신이 없었다.그 암자의
            가람에는 토우(土偶)가 매우 많았는데 게송을 지어 그들을 깨우쳐

            주었다.


                 작은 암자 작은 절 작은 총림에
                 토지신은 어이하여 70여 개나 되오

                 만일 차례로 돌아가며 공양 올릴 줄 안다면
                 한 줌 흙으로 부서짐을 면할 수 있게 해주리.
                 小庵小舍小叢林 土地何須八九人
                 若解輪番來打供 免敎碎作一堆塵


               그 날 저녁 산아래 마을에 사는 신도의 꿈에 산신이 나타나 일

            깨워 주는 대로 해주기를 바랐다.
               뒷날 세상에 나와 능인사(能仁寺)에 주지하게 되자 선승들에게
            게송으로 설법하였다.



                 안산 원고목의 진실한 참선은
                 날카롭고 새로운 말끝에 있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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