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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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이 찾아와 진정선사에게 물었다.
“홍스님의 참선은 어떻습니까?”
“ 된 곳도 있고 안 된 곳도 있지.”
그가 떠난 후 홍(洪)선사는 매우 불안하여 곧장 진정선사에게
가서 의문 나는 점을 밝혀 달라고 간청하니 진정선사는 풍혈(風
穴)선사의 게송을 들어 말하였다.
흰 점박이 고양이는 발톱이 몹시 날카로워
키워 놓았더니 마루 위에 쥐들이 보이지 않네
나무 위에서 몸 보존하는 법을 알았거든
조카에게 유언으로 남기지 마오.
五白猫兒爪距獰 養來堂上絶蟲行
分明上樹安身法 切忌遺言許外甥
이어서 “무엇이 몸 보존하는 법인고?”라고 물으니 홍선사가 대
뜸 악!하고 할을 하였다.진정선사가 “이 할(喝)도 역시 된 곳도
있고 안 된 곳도 있다”하니 홍선사는 이 말끝에 느낀 바 있었다.
그 이튿날 선원의 규칙을 어겼다고 쫓겨나니,그때 홍선사의 나이
29세였다.그 후 동오(東吳)지방을 다니다가 항주(杭州)정자사(淨
慈寺)에 머무르면서 게송을 지어 풍혈선사의 뜻을 밝히고 이를 진
정선사에게 올렸다.
흰 점박이 고양이 아무 흔적 없어서
그저 던져 놓아도 사람들이 겁내네
뛰고 뒤집고 갖가지로 날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