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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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태어난 인연이 있으니
이제껏 지은 죄 하늘에 가득하다
소 끌고 일하는 정도가 아니고
펄펄 끓는 기름 가마솥 지옥이라네.
人人有箇生緣 從來罪大彌天
不是牽犂拽耙 便是鼎鑊油烈
부처님 손과 나귀 다리,그리고 태어난 인연이라
고기 잡는 사씨는 고깃배에 있지 않고
남쪽으로 북쪽으로 분주히 뛰어다니며
할아비 논밭을 가까이하지 않는구나.
佛手驢脚生緣 謝郞不在魚船
底事奔南走北 不親祖父田園
어느 날 대제(待制)갈승중(葛勝仲)이 손님과 함께 그의 방을
찾아가 “천지도 한 손가락이요,만물도 한 마리 말이다[天地一指,
萬物一馬:莊子]”는 말을 거론했다.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열심히
이야기해도 변선사가 귀담아듣지 않으니 갈승중이 의아하게 생각
하여,“스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물었다.스님은 웃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큰소리로 “대제!”하
고 부르니 그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네”하고 대답했다.
이때 변선사가 “천지도 한 손가락이요,만물도 한 마리 말이
다”라고 하니 그가 기뻐하며 말하였다.
“역시 스님이라야 되겠습니다.”
앉아 있던 손님도 눈이 휘둥그래져서 송구한 마음으로 더욱 존
경하게 되었으니,사람을 살리는 수단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