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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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107


            렇게 할 수 있겠는가.




               39.산거시(山居詩)12수/순장주(淳藏主)



               임천(臨川)화도사(化度寺)순장주(淳藏主)는 보봉사(寶峰寺)상
            (祥)선사의 뛰어난 제자로 불경과 기타 서적을 두루 섭렵하였다.
            그의 고상하고 털털한 인품은 그가 지은 ‘산거시(山居詩)’에 잘 나

            타나 있다.모두 해서 몇십 편 되나 여기에는 12수만을 기록한다.


                 세상을 따르기엔 너무나 못났음을 스스로 아나
                 바보 같아도 깊은 산중에 살기엔 넉넉하다

                 있는 그대로의 살림살이 다른 게 없고
                 오로지 꾸불거리는 지팡이 하나
                 시냇가 바위에 몇 가락 서까래를 형구로 받쳐 놓고

                 길로 통하도록 문을 하나 뚫어 그 위에 칡덩굴 얽어매니
                 이곳에 인연 지어 노년을 맡기고
                 아침저녁으로 지나는 골짜기 구름을 실컷 구경하리라

                 미치광이 습득(拾得)같은 게 스스로도 우스운데
                 남전(南泉)처럼 바보 같은 줄 그 누가 아랴
                 몇 번이나 배불리 먹고 산놀이에 지쳤던가
                 옷 입은 채로 이르는 곳에 누워 자노라

                 무심한 구름은 골짜기로 돌아가고
                 맑은 달그림자 연못에 비치네
                 세속을 벗어난 환한 이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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