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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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109


                 구름 깊다고 듣는 사람 없다 말하지 마오
                 삼라만상 모두가 또렷이 알고 있으니

                 돌 위에 앉았노라니 뼛속까지 시려 옴을 느끼고
                 시냇물로 양치하니 어금니가 깨끗하다
                 그 가운데 재미있어 돌아갈 생각 없고
                 몸이 늙어 더는 이 정취에 맞출 것이 남아 있지 않다

                 그윽한 바위에 고요히 앉았노라니 길든 범이 찾아오고
                 옛 시냇길 걸으니 갈매기가 함께하네
                 일만 잊는 것이 아니라 생각까지 끊어서

                 늙은 몸 모두 맡기니 마음 편히 쉬는구나
                 추위에 겁낸 머리 보송보송 길어나고
                 따뜻한 방이 좋아 땔감 자주 마련하네

                 밤색 가사를 아무렇게나 걸어 놓았으니
                 힘들여 굳이 곱게 접어 둘 것 있으랴.

                 拙直自知趨世遠 疏愚嬴得住山深
                 現成活計無他物 只有鱗皴杖一尋

                 屋架數椽臨水石 門通一徑掛藤蘿
                 自緣此處宜投老 饒得谿雲早晩過

                 自笑疏狂同拾得 誰知癡鈍若南泉
                 幾回食飽遊山倦 只麽和衣到處眠

                 無心閑淡雲歸洞 有影澄淸月在潭
                 此景灼然超物外 本來成現不須參

                 隨身只有過頭杖 飽腹唯憑折脚鐺
                 幾度遣閑何處好 水聲山色裏遊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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