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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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란 빨리 지나가는 것이니 서둘러 공부해야 한다.공부
               란 별다른 게 없고 그저 놓아버리는 것이다.즉 마음에 있는 것
               을 일시에 놓아버리는 것이 참으로 바르게 곧장 들어가는 참된
               공부이다.만일 이밖에 또 다른 공부가 있다면 그것은 모두 밖으
               로 달려나가는 미치광이 바보일 뿐이다.나는 항시 말한다.행주

               좌와도 결코 아니며 견문각지도 결코 아니며,사량분별도 결코
               아니며,언어문답도 결코 아니라고.이 네 가지 길을 끊어 보아
               라.끊지 못하면 결코 깨닫지 못한다.이 네 가지 길을 끊는다면,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하니,‘없
               다’고 한 화두와 또 한 스님이 운문스님에게 ‘무엇이 부처입니
               까?’라고 묻자 ‘똥막대기다’라고 대답한 화두에서 크게 웃게 될
               것이다.”



               섬선사의 말은 하늘에 구름 퍼지듯 공부하는 이에게 주는 바가
            크니 부질없는 문장을 구사하는 자와 비교해 보면 천양지차 이상
            이다.그러나 복이 지혜를 따라주지 못하여 세상에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시니,섬선사 본인에게야 여한이 없겠지만 불법
            문중에는 불행이다.




               6.도를 이루고도 세상에 펼칠 길 없어/대위 지(大潙智)선사



               대위 지(大潙智)선사의 호는 대원수(大圓叟)이며,수주(秀州)청
            쇄사(靑鎖寺)서암(西庵)에서 살았다.그 당시 참정(參政)진거비(陳

            去非)와 서로 왕래하며 도를 논하는 것으로 낙을 삼았는데 한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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