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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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下 137


            참정이 스님에게 물었다.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을[寂然不動]때는 어떻습니까?”

               “ 수많은 성인도 그 자취를 찾을 수 없습니다.”
               “ 감응해서 통하는 것[感而遂通]이란 또 무엇입니까?”
               “ 모든 조화도 그 바탕을 덮을 수 없습니다.”

               그는 이제껏 듣지 못한 말을 들었다고 기뻐하며 그 뜻을 나타
            내는 짤막한 시를 지어 지선사에게 올렸다.



                 마음 편히 하는 법을 얻고부터
                 다시는 시를 짓지 않았는데
                 문득 구월 구일이 되니
                 국화가지를 어찌할 수 없구려.
                 自得安心法 悠然不賦詩
                 忽逢重九日 無奈菊花枝


               하루는 보정원(普淨院)의 범종이 조성되어 승․속이 모여 찬탄

            하고 기뻐하는 마당에 진거비도 지선사를 따라 모임에 갔다가 물
            었다.

               “노스님께서는 처음 무슨 말을 하며 종을 치시겠습니까?스님
            께서는 법보시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선사가 마침내 종대를 잡으며 설법하였다.

               “장자 나후라는 여래의 말씀을 따라 종을 울려 큰 기틀 틔웠고
            아난은 원만한 신심에 들어갔다.내 지금 이 종을 치면 보고 듣는

            이 큰 도움 받아서,위로는 삼천세계에 사무치고 아래로 끝없는
            곳까지 닿으리라.티끌겁은 저 멀리 고요하고 허공은 항상 적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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