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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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下 143
그대로 드러났구나”하고 사납게 고함쳤다.이 소리를 듣고 민선
사는 환해져서 자기가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원오
스님은 그가 생각으로 이해했을 뿐이라는 것을 알고서 드디어 본
분의 수단[本色鉗鎚]을 내보이니 민선사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리고는 며칠 후 다시 자기의 견해를 말하였다.
“백추를 치고 불자를 드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묘하고
밝은 참마음이라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 알고 보니 네놈이 여기서 살림을 차렸구나.”
“ 할(喝)을 하고 선상을 치는 것은 들음을 돌이켜 자성을 듣게
하고,그 자성이 무상도(無上道)가 되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교학(敎學)에 의하면 ‘오묘한 성품은 원만하고 밝아 모든 이름
과 모습을 떠났다’고 하니 원래 세계라고는 없는데 중생이란 무엇
인가?”
민선사는 두려운 마음에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원오선사가 촉에서 나와 호북(湖北)협산사(夾山寺)에 주지로
있자,민선사 또한 강의를 그만두고 그곳을 찾아갔다.만참(晩參)
때 원오선사가 들려주었다.
“한 스님이 암두(巖頭)선사에게 ‘옛 돛대를 걸지 않을 때는 어
떻습니까?’라고 하자 암두선사는 ‘후원의 당나귀가 풀을 씹고 있
다’라고 하였다.”
민선사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여 원오선사에게 조금 전의 화
두를 따져 물어 나가다가 “뜰 앞의 잣나무……”라고 대답하는 말
에 갑자기 크게 깨쳤다.이에 원오선사는 그를 선방 제일수좌로
명하고 법상에 올라 게송으로 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