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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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율도 그만두고 능엄경도 내던지고
구름가를 살피며 철저히 참구했네
양좌주가 마조선사와 친했던 일을 배우지 말고* 1 9)
덕산스님이 용담선사를 찾아간 뜻을 알아야 하리*
20)
7년 동안 왕래하며 소각사에 노닐다가
만리 길을 날아서 벽암에 올라섰네
오늘날 번거롭게도 제일수좌 자리를 충당하니
많은 꽃밭 속에 우담화가 피어난 듯하여라.
休淹四分罷楞嚴 按下雲頭徹底參
莫學亮公親馬祖 須知德嶠訪龍潭
七年往返遊昭覺 萬里翶翔上碧巖
今日煩充第一座 百花叢裏現優曇
*양좌주(亮座主)가 마조스님을 찾아뵙자 마조스님이 물었다.“좌주는 경론을 훌륭
히 강의한다고 들었는데 그렇소?”“부끄럽습니다.”“무얼 가지고 강의하는가?”
“ 마음으로 강의합니다.”“마음[心]은 재주부리는 광대 같고 의식[意]은 광대놀이
에 장단을 맞추는 자와 같은데,그것으로 어떻게 경을 알 수 있겠는가?”양좌주
는 언성을 높이면서 “마음이 강의하지 못한다면 허공이 강의합니까?”하고 물었
다.마조스님은 “허공은 강의를 할 수 있지”하였다.좌주는 수긍하지 않고 그냥
나가 계단을 내려가는데 마조스님이 “좌주!”하고 불렀다.양좌주가 머리를 돌리
는 순간 활연대오하고는 절을 올리자 마조스님은 “이 둔한 중아!절을 해서 무얼
하느냐?”하였다.양좌주는 절에 돌아가 대중들에게 말하였다.“나의 논강은 남이
따를 수 없다 하였더니,오늘 마조대사에게 한 번 질문을 받고서야 평생 해왔던
공부가 얼음 녹듯 하였다.”그리고는 서산으로 들어가 다시는 종적이 없었다.
*금강경에 밝았던 덕산(德山宣鑒)선사가 하루는 용담(龍潭崇信)선사의 방에 밤늦게
들어가니 용담선사가 그냥 돌아가라고 하였다.인사를 하고 나오려니 밖이 너무
어두워 돌아서서 “스님!밖이 너무 어둡습니다”했더니 용담선사가 지촉(紙燭)에
불을 켜서 주었다.덕산선사가 막 받아 가지려는데 용담선사가 확 불어 끄니 덕
산스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외쳤다.“내가 지금부터는 천하 노스님들
의 혀끝을 의심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