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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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下 149


            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그를 위하여 곧바로 보여주신다면 반드
            시 법기(法器)를 이뤄 선문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각선사는 장산으로 갔다.어느 날 원오선사가 말하였다.
               “나산(羅山)선사가 말하기를 ‘말을 했다 하면 호랑이 머리에 올
            라 타 호랑이 꼬리를 잡는 것처럼 첫마디에 종지를 밝혀야 하며,

            말이 없을 때는 번갯불처럼 기봉을 내보여야 한다’고 하였다.”
               각선사는 이 말끝에 환해져서 스스로 깨달은 바 있다 여기고
            게를 지었다.



                 외로운 봉우리 위에 집을 짓고
                 사립문 반쯤 닫고 오랜 세월 지내 오며
                 몸이 이미 늙었음을 스스로 탄식하고
                 아이들에게 살림살이 맡기도다.
                 家住孤峯頂 長年半掩門

                 自嗟身已老 活計付兒孫


               원오선사는 이 게송을 보고 크게 웃었다.그 이튿날 “어제 그
            공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대답하려는 찰나에 원오선

            사가 악!하고 할을 하며 “불법이란 이러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하였다.그 뒤로 참구에 몰두하여 5년이 지난 어느 날 여부사(廬
            阜寺)에서 부산 원(浮山遠)선사의  삭집론(削執論) 을 읽다가 “만

            일 깨달음에 멀고 가까움이 있다고 한다면,전단향나무 숲에 악취
            나는 잡초가 있다고 하는 것과 같으니 그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

            겠는가?종사들의 어김없는 말씀은 일찍이 괜히 한 말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라는 구절에서 의심해 왔던 바가 한꺼번에 풀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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