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P. 152
152
13. 여양선회집 서문/양대년(楊大年)
한림학사 양대년(楊大年)이 비서감(秘書監)에서 여주(汝州)자사
로 나가게 되었을 때 그곳 광혜사에는 원련(元璉)선사가 있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먼저 선사를 찾아뵙고 물었다.
“베로 만든 북을 난간에 걸어 놓고 치니 이 소리를 알 자는 누
구입니까?”
“ 불어오는 바람이 알 것이다.”
“ 그렇다면 선객의 만남은 찰나[彈指]입니다.”
“ 군자는 인의예지 효제충신(仁義禮智孝悌忠信)여덟 가지를 행
23)
할 만합니다.”
이에 양대년은 네,네,하였다.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선
사가 말하였다.
“비서감은 누구와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습니까?”
“ 일찍이 운문사의 양감원(諒監院)에게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
물어뜯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라고 물으니 양스님은 하나로 합한
모습[一合相]을 지어 보였고,또 한번은 스스로 착어(着語)하기를
‘나는 오로지 보기만 할 뿐이다’라고 하였는데 이렇게 말하면 되
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 나 같으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 말씀해 주십시오.”
이에 연선사는 손으로 콧구멍을 잡아당기는 시늉을 하면서 “이
축생이 또 날뛰는구나!”하였다.
*원문의 ‘입(入)’은 ‘팔(八)’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