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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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흠뻑 비 내리고 구름 걷혀 잠시 한가하니
느릿느릿 머리뿔을 변산에 보내 놓고
코끝에 한 방울 물 많은 것도 아닌데
사람마다 끌어들여 이곳을 찾게 하네.
雨足雲收得暫閑 謾將頭角寄空山
鼻端一滴無多子 引得人人到此閒
후일 굉선사는 균양(筠陽)동산사(洞山寺)에 주지로 있다가 운
거사(雲居寺)삼탑암(三塔庵)으로 물러나서 세상을 떠나셨다.그러
나 운거사는 그가 도를 전수받은 곳이기도 하다.인연 닿는 대로
아무 데나 떠돌아다녔는데 신기하게도 고암스님과 다시 여기서
만나게 되었으니 우연한 일이 아니다.
15.경책문/회당(晦堂)선사
황룡암(黃龍庵)주인은 처음 남(南)선사의 유언을 받들어 산사
의 주지를 맡아 오다가 12년이 지난 후 법회가 한창 성할 때 의
연하게 소임을 그만두었다.그리고는 서원(西園)에 살면서 그의 선
실을 회당(晦堂)이라 이름하고 “내가 그만둔 것은 세상일이다.이
제부터는 오로지 불법을 하고자 한다”하고는 문 위에 글을 써 붙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