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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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下 157


                 “선 공부하는 이들에게 고하노니,이 도를 캐려 한다면 반드시
               스스로 봐야지 남에게 대신하게 해서는 안 된다.때때로 인연을
               간파하여 환희의 경지에 들어가거든 나를 찾아와 털어놓고 옳은
               지 그른지,깊은지 얕은지를 평가받으라.아직 밝히지 못했거든
               날 찾아오는 일일랑 쉬어 버려라.도는 그 스스로 눈앞에 나타날

               것이나,고생고생 앞으로 달려나간다면 점점 더 마음만 복잡해질
               뿐이다.말을 떠난 이 도리는 스스로 하고자 하는 데 있지,남의
               깨달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이와 같이 밝혀야만이 바야
               흐로 무량겁을 내려온 생사의 근본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만
               일 말을 떠난 도를 보게 되면 일체의 성색과 언어 시비 이외에
               다른 법이 없음을 볼 수 있으나 말을 떠난 도를 보지 못하면 눈
               앞의 차별 인연을 가지고 도를 얻었다고 짐작할 것이다.이런 이
               는 눈앞의 그림자를 오인하여 자기도 모르는 결에 쓸데없는 법

               을 만들어 내니 결국은 자신을 속이고 심력을 낭비할까 걱정이
               다.밤낮으로 사욕을 극복하고 정진하여 행주좌와에 미세한 생각
               을 관찰하되 별달리 마음 씀이 없어야 한다.오랫동안 이렇게 하
               다 보면 자연히 들어갈 길이 생기는 것이며,아침저녁 배워서 이
               루어지는 일이 아니다.만일 이와 같이 자세히 참구하지 못할 바
               에는 차라리 남은 생을 경문이나 읽고 맡겨진 일을 하며 보내느

               니만 못하다.또한 불법을 어지럽히고 비방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일없는 사람이 되어 노년을 보낸다면 더 이상은 굴레
               가 없을 것임을 내 감히 보장하는 바이다.
                 그밖에 지금부터는 초하루․보름 두 차례만 방장실에 들어올
               것이며,이외의 방문은 사절한다.”


               소흥(紹興)경신(1140)년 겨울,남탕(南湯)공(空)선사의 처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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