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9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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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下 159
취암사 경계가 어떻소 물었더니
가파른 언덕,천길 우물가에 문이 서 있고
시냇물에 가로놓인 돌다리를 소나무 숲이 둘러쌌다 하네.
野僧迎客下煙嵐 試問如何是翠巖
門近洪崖千尺井 石橋分水繞松杉
이 글을 묘고대(妙高臺)에 새겨 놓았는데 지금까지도 돌에 새
긴 것이 남아 있다.
17.도깨비라는 별명이 붙은 스님/삼조 충회(三祖冲會)선사
삼조 회(三祖冲會:운문종)선사는 천성이 엄격하여 대중을 번거
롭게 하니 총림에서는 그를 좋다 하는 사람이 없고 ‘회도깨비[會
魔子]’라 불렀다.하루는 탁발하고 돌아와 대중에게,세존께서 사
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돌아오시자 수보리가 부처님께 ‘희유합니
다.세존이시여’라고 말한 구절을 들어 설법하였다.
“이번에 내가 어느 산골 좁은 길에 이르렀을 때 가마를 타고
오는 할머니 한 분과 마주쳐 각기 가마에서 내려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할머니가 ‘스님은 어디로 가시오?’라고 묻기에 나는 발우
를 들어 보이면서 가니 ‘아!무슨 이유로 그리 집착하오’라고 하
더라.대중들이여!말해 보아라.‘아!무슨 이유로 그리 집착하오’
라는 할머니 말과 ‘희유합니다.세존이시여!’라는 수보리의 감탄이
같은지 다른지를.만일 같다면 어느 곳이 같은가?만일 다르다고
한다면 아직 납승의 안목을 갖추지 못한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