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3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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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下 183
셋째,나는 사람들에게 항상 말한다.참선을 할 것도 없고 불법
을 배울 것도 없다.그저 딱 죽은 사람 같아야 한다.그러나 이 말
을 듣고 아무 일 하지 않는 것이 옳다거나 아무것도 생각할 법이
없다고 이해할까 두렵다.이것이야 바로 죽지 못하는 것이니 만일
죽게 되는 것이라면 결코 이러한 견해를 내려 하지도 않을 것이
다.뒷날 사람들을 위하려면 치밀하게 알아야 한다.
넷째,우리 가문에서는 5위(五位)를 종지로 삼는데,대부분 사
람들은 이사(理事)를 밝음[明]으로,적조(寂照)를 깨달음[會]으로,
능소(能所)를 봄[見]으로,체용(體用)을 앎[解]으로 이해한다.이는
모두 금시(今時)에 떨어진 견해이니,어떻게 오묘한 교외별전이라
할 수 있겠는가.생사의 길목에서 어느 것이 힘을 얻을 수 있는
길일까?대체로 이러지 않을 땐 어찌해야 하는가?헤아리면 그 자
리에서 틀린다.
다섯째,정(情)이 있는 까닭에 정번뇌[情滲漏]가 있으며,견(見)
이 있는 까닭에 견번뇌[見滲漏]가 있으며,말(語)이 있는 까닭에
말번뇌[語滲漏]가 있다.그렇다고 정과 견과 말이 없는 경지를 얻
었다 해도 끌어다 세워 놓고 ‘너는 누구인고?’라고 물어보리라.”
천제스님은 평소 쉽사리 인정하려 들지 않는 분인데 총장주에
게 이를 부탁한 것으로 보아 그의 책임이 무겁다 하겠다.아마 총
장주는 문하 제자 중에서 빼어난 인물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그
러나 어찌하여 복청(福淸)천왕사(天王寺)의 주지를 맡고 세상에
나가 도를 행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떴으며,그의 이름이 총림에 알
려지지도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