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9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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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下 189
34.스스로 알아내는 것이 좋으리라/불안 청원(佛眼淸遠)선사
불안 원(佛眼淸遠)선사가 처음 해회사(海會寺)법연(法演)스님에
게 가서 자기 문제를 누차 묻자 법연스님은 “나는 그대만 못하니
그대 스스로 알아내는 것이 좋겠다”하거나 “나는 모른다.내 그
대보다 못하다”라고만 할 뿐이어서 원선사는 그 뜻을 알 수가 없
었다.한참 후에 다시 물었다.
“지금 이 회중에서 누가 가까이할 만합니까?”
“ 원례(元禮:임제종 양기파)수좌가 있는데 그가 왔을 때 나는 그
에게 ‘납자라면 모름지기 승려와 속인의 안목을 모두 갖추어야 한
다’고 말해 주었다.그리고는 내가 상당설법에서 ‘같은 문으로 드
나드니 오랜 원수다’한 말을 듣고 느낀 바 있었다.그대가 만일
원례수좌에게 가르침을 청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불안스님이 가서 묻자 원례수좌는 불안스님의 귀를 잡아끌고서
화롯가를 빙빙 돌며 말하였다.
“그대 스스로 알아내는 것이 좋겠다.”
“ 나는 깨우쳐 주기를 바랐는데 도리어 놀려대니 이를 어찌 법
보시라 할 수 있겠습니까?”
“ 네가 깨닫는 날 비로소 오늘의 곡절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차가운 밤에 홀로 앉아 화롯불을 헤치다가
콩알만한 불씨 한 개를 보고 환하게 깨우쳐 스스로 기쁨에 겨워
말하였다.
“깊이깊이 파헤쳐 보니 이런 게 있었구나.평생의 일이란 이와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