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4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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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과연 스님을 안다 하겠다.옛사람은 스님들을 만나 이야
기하면 한나절의 한가한 시간을 얻었다 하여 이를 시로 나타냈다.
곽공보는 더구나 소를 키우는 법을 배워 마침내 순수함을 이뤘으
니 스님의 탑비명을 짓는 일은 당연히 지나친 일이 아니다.
37.안목을 갖추고도 못 알아보다/무진(無盡)거사
무진거사(無盡居士)는 도솔 열(兜率悅)선사를 만나 깨달음을 얻
고 그에게 회당(晦堂)선사의 가풍을 물은 후 회당선사를 찾아뵈려
고 하였다.열선사는 “이 노스님에게는 오로지 주먹 하나가 있을
뿐이다”하고 몰래 회당선사에게 서신을 보냈다.
“무진거사는 세상에서 뛰어난 지혜와 말재주를 가진 자이니,
노스님의 ‘한 주먹 가르침’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그에게 선문의
향상사가 있음을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얼마 후 무진거사가 황룡사(黃龍寺)에 가는 길에 서원(西園)의
회당선사를 방문하였다.그는 먼저 게송을 지어 묵암(黙庵)의 벽
위에 써 붙였다.
어지러이 덮인 구름더미 속에 몇 개의 높은 봉우리
배움을 끊은 높은 스님 이곳에 숨어 있는데
속인이 그 처소를 알았으니 어찌하랴
앞으로 달려가 고함치니 원숭이떼 길을 비킨다.
亂雲堆裏數峰高 絶學高人此遯逃
無奈俗官知住處 前驅一喝散猿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