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8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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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8만 4천 게송을
뒷날 어떻게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을까.
谿聲便是廣長舌 山色豈非淸淨身
夜來八萬四千偈 他日如何擧似人
정대제가 행선사에게 물었다.
“이 노인의 경지가 어떻습니까?”
“ 아깝다!그의 두 다리가 수렁에 빠져 있구나.”
증시랑이 “선사께서 이 게송을 처리할 수 있으십니까?”라고 하
자 행선사는 즉석에서 답하였다.
시냇물은 장광설이요
산빛은 청정신이라
8만 4천 게송을
또렷이도 사람에게 들려주는구나.
谿聲廣長舌 山色淸淨身
八萬四千偈 明明擧似人
두 사람은 마주보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아!그 당시 조각선사가 금강역사의 방망이를 휘둘러 소동파의
판에 박힌 틀을 부숴 주었더라면 훗날 태전(太顚)선사 문하의 한
퇴지(韓退之)가 명성을 독차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비록 오거사
의 행선사가 증천유와 정지도 두 사람에게 대략이나마 칼끝을 내
보였다고는 하지만 그것으로 총림의 만시지탄을 씻을 수 있겠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