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6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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露赤體於龍峰 聞時富貴見後貧窮
年老浩歌歸去樂 從敎人喚住山翁
태사 황노직(黃魯直)은 이 이야기를 듣고 웃으며 말하였다.
“무진거사가 ‘영려한 한 점이 통한다’고 운운한 말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자가 허공에다 귓구멍을 들이대는 짓이며,영원선사
가 게송을 지어 설욕을 하였지만 이는 한 글자도 이뤄진 획이 없
다.”
안타까운 일이다.무진거사는 선문에 안목을 갖춘 사람이라 하
지만 남의 말 때문에 회당과 같은 큰스님을 알아보지 못했으니,
그에게 밝은 재량이 어디 있단 말인가.열선사는 비록 무진거사를
만나 그의 문정(門庭)을 즐거이 출입하였지만 좁은 마음으로 질투
를 하여 총림에서 비난의 구실이 되었음을 어찌하랴.
38.황룡사 문에 써 붙인 글/사심(死心)선사
사심(死心)선사는 대관(大觀)원년(1107)정해 9월에 홍주 자사
이경직(李景直)의 명으로 황룡사(黃龍寺)의 주지가 되었는데 그 이
듬해 문에 방을 써 붙였다.
“문을 맡은 행자들에게 바라노니 손님이 오거든 시간을 정하
여 알려주고,부랑자와 소인배들이 이곳에 와서 도박을 벌이도록
용납해서는 안 된다.그리고 항상 깨끗이 청소하라.사찰에 세
개의 문을 설치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공(空),무상(無相),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