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3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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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下 203


            여 영전에 향을 사르며 말하였다.
               “머리 들어 우러러봐도 하늘은 보이지 않고 머리를 숙여 굽어

            봐도 땅이 보이지 않네.앙산스님이시여,오셨는지 안 오셨는지
            알 길 없으나 한 심지 전단향으로 정성을 표하나이다.”
               현선사의 사람됨이 진실하고 도학이 올바르니 안추밀공이 식구

            를 데리고 찾아와 절을 올리고서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우리집 땅에서 부처님 한 분이 태어나시리라고는 생각지도 못
            하였다.”

               이에 조정에 아뢰어 ‘정각선사(淨覺禪師)’라는 법호를 내려 주
            도록 주선하여 경의를 표하였다.이는 아마도 선사의 출신보다도
            덕망을 높이 샀기 때문일 것이다.이른바 도가 있으면 그만큼 존

            중받는다는 것이다.




               43.스님은 윤회에 들어간다/지(智)선사



               담주(潭州)운개사(雲蓋寺)의 지(智)스님이 사원의 동당에 거처
            할 때였다.정화(政和)신묘년(1111)사심(死心)선사가 황룡사의 소
            임을 그만두고 호남 지방을 지나 입산하여 문안을 드리려 하는데

            날은 이미 어두웠다.시자승이 사심선사의 방문을 알리니 지선사
            는 신발을 질질 끌고 걸어 나오면서 “촛불을 가져와라.낯짝이 어

            떻게 생겼기에 온 세상에 그처럼 이름이 시끄러운지 좀 보자”하
            였다.사심선사도,“촛불을 잡고 가까이 와라.나도 진짜 사숙(師
            叔)인지 가짜 사숙인지 비춰 봐야겠다”하고 외쳤다.지선사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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