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2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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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노사에 왔을 때 나는 회기 지방 조운사로서 다시 만나 서로
팔을 붙잡고 웃으며 기쁘게 이야기 나눴습니다.내가 화엄경을
논할 때 스님은 비평을 해주셨고 범을 잡는 기봉으로 속인의 틀
을 벗겨 주셨는데 어찌하여 나를 버리고 먼저 떠나셨나이까.거
친 푸성귀를 정성껏 올리오니 굽어 이를 흠향하소서.”
아!그의 화엄경은 본래 익혔던 것은 아니었고 조백대사(棗柏大
士)의 뒤를 따라 보현보살의 행과 원의 바다에 노닐고자 하였지만
이를 등지게 되었다.이에 수선사는 세속을 떠난 친교를 저버릴
수 없어 그를 위하여 밝혀 주었던 것이다.그러나 한 글자를 가르
쳐준 제기(齊己)에게도 장회(張廻)는 스승이라 하였으니 이 고사를
보면 부끄러운 마음이 없지 않을 것이다.
42.출신보다 도를 높이 사다/정현(靜顯)선사
양양(襄陽)곡은사(谷隱寺)의 현(靜顯:임제종 황룡파)선사는 서
촉(西蜀)안추밀공(安樞密公)의 별업전(別業田)을 일구는 농가에서
태어났다.남쪽을 돌아다니다가 앙산 위(仰山行偉)선사를 찾아뵙고
물었다.
“무엇이 부처님의 향상사(向上事)입니까?”
“ 태양은 동녘에서 올랐다가 밤이 되면 서쪽으로 떨어진다.”
현선사가 다시 “동녘에서 떠오르는 향상사를 다시 가르쳐
……”하는데,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위선사가 후려치는 바람에
느낀 바가 있었다.곡은사 주지가 되어 앙산스님의 기일을 맞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