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P. 30
30
법계관(法界觀)을 읽고 쓴 구절이 있다.
사물과 나는 원래 둘이 아니니
삼라만상이 거울에 비친 상처럼 똑같구나
밝고 밝아 주체와 상대를 초월하고
분명하고 분명하여 진공(眞空)을 깨쳤네
한몸에 많은 법을 지님은
제석천의 법그물에 얽힌 듯한데
겹겹이 쌓인 끝없는 뜻은
움직임과 고요함에 모두 통하는구나.
物我元無二 森羅鏡像同
明明超主伴 了了徹眞空
一體含多法 交參帝網中
重重無盡意 動靜悉圓通
또한 보령사(保寧寺)에서 목욕탕을 마련하고 문 위에 글을 지
어 붙였다.
한 물건도 없는데 무엇을 씻는단 말인가.티끌 하나라도 있다
면 그것은 어디서 생겨났을까.오묘한 이 하나를 말해 내야 모두
가 목욕할 수 있으리라.옛 신령스런 이는 등을 문지를 줄만 아
는데 보살은 언제 마음 밝힌 적 있었던고.때묻지 않은 곳[離垢
地]을 깨닫고자 하면 온몸에서 흠뻑 땀을 빼야 하리라.물은 때
를 씻는다고 모두 말하지만 물도 티끌인 줄을 어이 알리.설령
물과 때를 한꺼번에 없앤다 해도 여기에 이르러 또 한 번 씻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