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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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35
선사가 자수 회심(慈受懷深:운문종)선사에게 눈짓하자 심선사는
또다시 팔꿈치로 만암선사를 쿡 찔러 대답하게 하였다.만암선사
는 어쩔 수 없이 선법사를 불러 놓고 말하였다.
“법사의 질문을 듣자하니 여러 큰스님에게까지 노고를 끼칠 것
없이 정인사의 어린 장로인 나로서도 법사의 의혹을 풀어 줄 수
있겠소.5교(五敎)라는 것은,법에 어두운 소승교[愚法小乘敎]*로선
5)
유(有)도리이고,대승시교(大乘始敎)로선 공(空)도리입니다.대승
종교(大乘終敎)는 유도 공도 아닌 도리이며,이른바 대승돈교(大乘
頓敎)는 유이면서 공인 도리입니다.이른바 일승원교(一乘圓敎)란
‘공’이되 ‘유’가 아니며 ‘유’이되 ‘공’이 아닌 도리입니다.우리 선
문의 한마디 할은 5교에 들어갈 뿐만 아니라 세간의 제자백가,그
리고 일체 기예(技藝)까지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어 악!하고 할을 한 번 하고는 들었느냐고 물었다.법사가
들었다고 하자 성선사가 말하였다.
“그대가 들었다고 한다면 이 한마디 할은 유(有)가 되니,이것
으로 소승교에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또다시 선법사를 불러 말하였다.
“지금도 할 소리가 들립니까?”
“ 들리지 않습니다.”
“ 들리지 않는다면 조금 전의 한마디 할 소리는 무(無)가 되니,
이로써 대승시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내 처음 할을 한마디했을
때 그대가 그것을 유(有)라 하였고,조금 지나 소리가 사라지자 다
*우법소승(愚法小乘):소승교에서는 아(我)가 공(空)임을 통달했으나 법(法)이 공임
을 알지 못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