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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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31
야 하리라.
뒷날 고소산(姑蘇山)서축원(西竺院)에서 삭발을 하고 비구니가
되어 유구(惟久)라는 법명을 받았으며 선화(宣和:1124)6년에 가
부좌한 채 열반하였다.공실도인은 명문 집안에 태어나 부귀에 얽
매이지 않았고 미련 없이 월상녀(月上女)를 뒤따라 무상보리(無上
菩提)로 달려나갔다.또한 비구니로서 철마(鐵磨:潙山스님과 법을
거량했던 유철마 비구니)스님과 쌍벽을 이루었고 생사의 갈림길에
서도 법력이 비범하였으니,가을서리 같은 매서운 지조가 없고서
야 어떻게 그럴 수 있었겠는가.
4.불도를 좋아했던 문장가/황노직(黃魯直)
태사공(太史公)황노직(黃魯直)이 원우(元祐:1086~1093)연간
에 부모님을 여의고 황룡산에 머무를 때에 그는 회당(晦堂祖心)
노스님과 교류가 있었고,사심 오신(死心悟新),영원 유청(靈源惟
淸)스님과는 방외의 벗으로서 우의가 두터웠다.회당스님이 이야
기를 하던 중에 공자(孔子)가 제자들에게 말하였던 ‘너희들은 내가
숨기는 게 있다고 생각하느냐?나는 너희들에게 숨긴 일이 없다.
내가 하는 일치고 너희들과 함께하지 않은 게 없으니 나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라는 말을 가지고 황노직에게 뜻풀이를 청하였다.
두 차례나 자세히 설명하였지만 회당스님이 수긍하지 않으니 황
공은 성난 얼굴로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때는 바야흐로 더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