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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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39


            습이로다.”
               그리고는 혼잣말을 하였다.

               “이야말로 법신의 향상사[法身向上事]를 노래한 것이다.저 부
            대사(傅大士)의 ‘빈손에 호미자루를 잡는다……’라는 송과 동산스
            님의 ‘오대산 위에서 구름으로 밥을 짓는다’는 송도 모두 법신을

            노래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의 인품이 호방하여 그를 범인이니 성인이니 평하기
            란 쉽지 않다.일찍이 독비곤(犢鼻棍:쇠코 잠방이)을 만들어 그 위

            에 역대 조사의 이름을 써서 입고 다니면서 말하기를
               “그래도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조금 나은 편이다.”
            하고는 허리띠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이름을 새겼다.총림에서

            는 이를 호포곤(皓布棍:승호스님의 잠방이)이라 불렀다.시자승이
            그대로 본따서 하자 스님은 이를 보고 꾸짖었다.

               “네가 무슨 도리를 갖추었다고 감히 이런 장난을 하느냐?피를
            토하고 죽어도 모자랄 것이다.”
               그 후 그 스님은 녹문산(鹿門山)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그의 말

            대로 피를 토하고 죽었다.
               아!세상에 같은 것은 도이지만 다른 것은 자취다.호선사의 법

            문은 바른 지견을 활짝 열어 줄 만한 것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발
            자취는 상식과 다르므로 헤아릴 수 없는 인물이라 하겠다.이와
            같은 인물을 옛 선사에서 비해 본다면,아마 등은 봉(鄧隱峰)선사

            나 보화(普化)선사에 버금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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