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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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물 한 방울 쌀 한 톨 안 먹었다/옥천 승호(玉泉承皓)선사



               옥천 호(玉泉承皓:운문종)선사는 원풍(1078~1085)연간에 양양
            (襄陽)곡은사(谷隱寺)에 수좌(首座)로 있었는데 그의 명성은 제방
            에 진동하였다.무진거사 장상영(無盡居士 張商英)이 경서남로(京

            西南路)에 사신으로 명을 받들고 내려갈 때 옥천스님을 찾아뵙고
            물었다.

               “스님은 누구에게 법을 얻으셨습니까?”
               “ 복주(復州)의 북탑 광(北搭廣)선사에게서 얻었습니다.”
               “ 북탑선사와 계합한 경위를 들려주시겠습니까?”

               “ 그 분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말해 줄 수 없습니다.”
               장상영은 그의 말을 옳다고 여겼다.
               영주(郢州)대양사(大陽寺)에서 개당 법회를 열게 되었을 때 곡

            은사(谷隱寺)의 주지승은 그의 수좌가 세상에 나가자 승속이 많이
            모였다고 은근히 기뻐하며 자랑스럽게 여겼다.그런데 옥천선사는
            법좌에 올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곡은사에 10년 동안 있었지만 곡은사의 물 한 방울 쌀
            한 톨도 먹은 일이 없다.여러분이 만일 이 사실을 모르겠다면,

            대양사로 찾아오라.내가 말해 주리라.”
               그리고는 주장자를 들고 법좌를 내려와 꼿꼿하게 떠나가 버렸
            다.얼마 후 다시 옥천사(玉泉寺)로 옮겨가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하룻밤 사이 비가 세차게 쏟아져 포도밭의 받침목이 모두 자
            빠졌다.지사(知事)며,두수(頭首)며 행자가 새벽까지 받침목을 잡

            고 받치고,또 잡고 받치고 하였으나 여전히 포도밭은 가련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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