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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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37
도 ‘할’한마디에 다 갖추어져 있는 것입니다.그렇지만 이 역시
건화문(建化門)의 뜰에서 기연을 따라 세운 방편이어서 잠시 쉬어
가는 곳일 뿐,보물이 있는 곳엔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이는 우
리 조사의 문하에서는 마음에 마음을 전하고 법으로 법을 인가할
뿐 문자를 세우지 않고 견성성불하며 모든 성인도 전하지 못하는
향상일로(向上一路)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선법사가 다시 물었다.
“향하일로(向下一路)란 무엇입니까?”
“ 그대는 우선 향하(向下)부터 알아차리시오.”
“ 보물이 있는 곳이 어디입니까?”
“ 그대가 알 수 있는 경지가 아니오.”
“ 선사께서는 자비를 베푸소서.”
“ 설령,저 바다가 뽕나무밭이 된다 해도 그대에게 이 소식을
통해 줄 수 없을 것이오.”
이에 선법사는 입을 꼭 다문 채 허탈한 모습으로 얼굴에 부끄
러움이 여실한 채 물러가고야 말았다.
아!성선사는 풍부한 학문과 밝은 도안으로 어디서나 근원을
보아 많은 대중 앞에서 상황에 따라 날카로움을 꺾어 버렸으니
설사 종문을 지켜준 훌륭한 스님이 계셨다 하더라도 이보다 더
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