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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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45
지가 곧 하나로 돌아가지만,하나는 하나이며 만가지는 만가지입
니다.끝없이 드넓어 마음과 부처와 중생,이 세 가지에 아무런
차별이 없고,펼치고 거둠에 자유로우며 막힘 없이 원융하니,이
는 비록 최고의 법칙이기는 하나 결국 한 점 바람도 없이 잔잔한
물결입니다.”
무진거사는 이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스님 곁으로 바싹 다
가앉았다.이에 원오스님이 물었다.
“이 경지에 이르게 되면 달마스님이 서쪽에서 온 뜻과 같겠습
니까,다르겠습니까?”
“ 같습니다.”
“ 아직은 멀었습니다.”
이에 무진거사가 얼굴에 노여움을 띠자 스님이 또다시 말하였
다.
“운문선사의 말씀을 듣지 못하셨습니까?‘산하대지에 터럭만치
잘못이 없다 해도 이것은 전환구일 뿐이다.당장에 한 물건도 보
지 않아야 비로소 반만 드러냄[半提]이 되며,그 위에 또다시 완전
히 드러내는[全提]향상의 경지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하였습니
다.저 덕산스님과 임제스님이야말로 완전히 드러낸 경지가 아니
겠습니까?”
이에 무진거사는 스님의 말을 수긍하였다.이튿날 또다시 사법
계(事法界)와 이법계(理法界)를 거론하다가 이사무애법계(理事無礙
法界)에서 스님이 물었다.
“이것으로 선(禪)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선을 설명하기에 딱 좋다고 생각됩니다.”